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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퍼디난드


2000년 중반 박지성의 팀으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대한민국 스포츠 팬들에 야구의 LA 다저스처럼 국민 팀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즈음하여 박지성이 오기전부터 맨유의 핵심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였던 리오 퍼디난드 축구 인생을 다룬 자서전이 최근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스포츠 선수들의 자서전 경우에는 기회가 되어 자주 읽어보았던 편인데, 글의 흐름이나 스토리 자체는 거의 어느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편견 없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나 해외 선수들의 경우는 더더욱 말이다. 선수에 대한 감정과 팬심을 가지고 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해당 선수에 대하여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책을 보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 아니었나 싶다. 가령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화선지에 붓의 먹물이 더해갈때 스며드는 모습이 더 잘 보이지 않는가? 리오 퍼디난드는 나에게 그런 선수에 가까웠다. 2000년대 중반 박지성의 경기를 한번씩 보게 되면 특이하게 생겼고 수비를 잘한다는 기억, 그리고 당시 피파 온라인2라는 축구 게임을 즐겨했었는데 주전 센터백으로 쓰곤 했다. 왜? 그가 잘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는 사실 크게 유달리 관심을 가져본 기억이 없었던 선수였고 잘 알지를 못했다. 초창기 포지션 변화로 인하여 수비수가 된 리오 퍼디난드는 처음에 수비가 재미 없었던 친구였다. 그러나 수비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되고 그가 최고의 수비수 중 한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봤을때 축구를 하고 실력이 늘어나는것에 대한 재미를 들인 스타일이다. 흔히들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이게 되면 한게임 할래?가 기본인 것이다. 어릴때 공 하나 가지고도 재밌게 놀던 시절이 누구나 있곤 하다. 골문도 여차 저차 만들면 그만이고, 인원수를 맞춰 동네 아이들과 그렇게 공 하나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놀면서 시간 가는줄 몰랐었던 시절에서 리오는 축구로 채워나가고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하였다. 누군가와의 화해와 다툼 그리고 싸움 마저도, 축구로 해결하려했던 퍼디난드는 그속에서 누구보다 인정 받고 싶었고 실력을 늘리고 싶었던 마음이 강하면서 월드 클래스로 성장해 나갔다. 퍼디 와 친분이 있는 동료 선수와 감독 이야기나 그가 하고 있는 사업 관계 이야기등 걸어온 인생에서의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가장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면서 표현된 부분은 아마도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울분한 감정 역시도 여과 없었다. 리오의 동생 안톤 퍼디난드 역시 축구 선수로서 활약한 가운데 경기 도중 존 테리가 안톤에게 인종 차별에 대한 발언을 하면서 2012년 법정에 까지 가게 되는 사건이다. 물론 이후 테리의 인종차별 발언은 무혐의로 끝이 났다. 동생의 일이었고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이 사건에 대한 그의 생각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리해 볼 수 있었고 어떠한 사건이었는지 뒤늦게 찾아보면서 살펴보기도 했다. 마음속 이야기를 여과없이 다 끄집어다보니 욕도 있고 감정에 아주 솔직한 책이다. 책 한권으로 살아온 인생과 축구 철학을 다 알게될 수 없었을 테지만, 아무 사심없었던 머리에 그에 대한 기억을 채울 수 있었던 책이었다. 서형욱 기자가 수고한 덕분에 코멘터리 박스 로 따로 정리하여 모를 만한 부분을 설명해주지만, 뒤로 넘겨가면서 확인하는게 조금 번거로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2014년. 리오는 12년을 머물렀던 정든 맨유를 떠나 QPR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한시즌을 뛰고(부상으로 많이 뛰지 못했다), 지난 5월말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가 첫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던 팀 웨스트햄의 감독 후보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는 요즘이다. 두 얼굴의 센터백을 통하여 리오를 알고나면 알렉스 퍼거슨의 자서전이 궁금해지는 건 덤 이다.
사색하는 센터백 리오 퍼디난드가 말하는 축구와 인생에 대한 지침서

강인한 승부욕과 우아한 플레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센터백 리오 퍼디난드가 자서전을 펴냈다. 리오 퍼디난드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맨유로 이적하면서 당시 수비수로서는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다. 그런 그가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며 잉글랜드 축구와 맨유,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리오는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축구선수다. 유명 축구 기자인 사이먼 쿠퍼는 리오를 ‘사색하는 센터백’이라고 표현한다. 미리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수비수이면서도 옷에 진흙을 묻히지 않는 우아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것도 경기를 읽는 그의 눈 때문이다. 그런 통찰은 단지 경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생 전반에 걸처 그의 진로를 확정하고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퍼거슨과 설전을 벌인 내용과 역대 잉글랜드 감독들을 대차게 비판하는 내용을 책에 넣을 수 있는 이유도 자신감 덕분이다. 잉글랜드에서 항상 논란이 되었던 제라드와 램퍼드에 관한 평가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자신이 철학과 기준을 통해 세상을 본다.

그렇기에 그의 책이 보여주는 내용은 단호하고 통쾌하다. 언론과 팬을 의식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여타의 스타선수들과는 다른 명쾌함이 있다. 모예스에 관한 그의 비판은 가혹하지만 근거가 있다. 퍼거슨을 존경하지만 그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것에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자화자찬에만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노력하기 위한 과정을 솔직히 풀어낸다. 퍼디난드는 스스로를 뛰어난 선수로 여기지만 이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유명인사들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욕구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은 아깝다.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인물의 통찰이 어떤 것인지 보려면 퍼디난드의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감사의 말
머리말

1 존중
2 수비에 관하여
3 무자비함
4 허리 부상, 그 뒷이야기
5 인종차별
6 잉글랜드 대표팀
7. 2008년 5월 21일, 모스크바
8. 알렉스 퍼거슨 경
9 양떼 같은 선수들
10 우아하고 균형 잡힌 선수
11 바르셀로나
12 당당하게 커밍아웃하라
13 주장이 된다는 것
14 좋은 사람, 모예스
15 부담감과 지루함
16 로이 킨
17 흑인 지도자
18 나의 일주일, 나의 음악
19 피치 위의 욕쟁이들
20 축구 밖의 세계
21 폴 스콜스
22 친구이자 라이벌, 프랭크
23. 갈수록 늘어가는 팔로워
24 웨인 루니가 변했다
25 엄마 아빠
26 호날두와 메시
27 나의 자선재단
28 축구선수, 그 이후
29. 2014 브라질 월드컵
30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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