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철 외 10명의 작가들이 적은 ‘소년이여, 요리하라!’라는 책은 제목부터 나의 흥미를 자극했다.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책을 보자마자 꼭 읽어봐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개성 있는 그림과 독특한 디자인 역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여러 작가들이 함께 쓴 글이라서 조금 복잡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내용들로 채워져서 지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이다. ‘자립지수 만렙을 위한 소년 맞춤 레시피’라던가 ‘프라이팬은 남자의 무기!!’같은 문장들은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들고 첫 장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전체적으로 책에 있는 문구나 그림들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다른 책에 눈 돌리지 못하게 묶어둔 것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제목이었다.
소년이여, 요리하라! 는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평범한 십 대 소년들에게 자신의 삶을 가꾼다는 것의 의미, 즉 ‘어른이 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가, 만화가, 격투기 해설가, 영화감독, 펑크 음악가, 사회학자, 의사 등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개성 만점 열한 명의 형들이 요리를 통해 ‘남자의 자립’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중 하나는 삶을 스스로 돌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자립 기술’이, 언젠가는 한 사람의 어른이 될 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 아닐까. 모두가 ‘요리 왕’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생존과 자립을 위해 음식 만드는 능력을 갖출 필요는 있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는 동안 혼자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이불을 갤 수 있게 된 것처럼,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올 어른의 날을 위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일상을 가꾸는 능력을 ‘레벨 업’시켜 보자! 유쾌하고, 솔직하고, 조금은 삐딱한 형들이 살짝궁 열어 둔 어른 남자들의 방 한 켠에서 설레고 두근거리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이명석
프라이팬은 남자의 무기_애호박 전 12
우리 동네에 이런 마트가 있다면_김규삼, 쌉니다 천리마마트 26
2. 김남훈
고기는 항상 옳다_수육 30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_코맥 맥카시, 더 로드 45
3. 오은
마음 조각들을 한데 모으는 일_김밥 48
‘먹기’에 ‘읽기’를 곁들인다는 것_이근화, 차가운 잠 62
4. 전계수
친구를 얻는 가장 빠른 지름길_김치 볶음밥 68
우리 모두는 또 한 명의 헤드윅_존 카메론 미첼,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84
5. 손아람
타인의 취향_까르보나라 88
연애의 발견_윤종신, 〈본능적으로〉 102
6. 박찬일
셰프의 라면_라면 볶음 106
라면 덕후라면 꼭 봐야 할 영화_이타미 주조, 〈담뽀뽀〉 117
7. 금정연
둘을 위한 파스타_알리오 올리오 122
그들 모두 어른이 된 후에_리처드 휴스, 자메이카의 열풍 138
8. 노명우
우주와 사랑을 품은 요리_볶음밥 144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_김창완, 〈어머니와 고등어〉 158
9. 황인철
가장 따뜻한 남자의 요리_엄마를 위한 미역국 162
감칠맛 나는 삶의 밑간_황복선, 〈미역국〉 179
10. 손이상
요리의 기원을 찾아서_요거트 184
심슨 가족의 추수감사절_맷 그로닝, 〈심슨 가족〉 199
11. 김보통
가혹한 미래를 위한 최고의 맛_계란 밥 204
‘70%쯤 망한’ 희망 이야기_기타노 다케시, 〈키즈 리턴〉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