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잔인한 어둠에 갇힌 한 사내의 몰락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11월의 전갈자리에서 태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추한 것은, 날개 달린 짐승이 바닥에 얼음처럼 누워 죽어 있는 모습이다. (15쪽) 그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평범함 이였을지 모른다. 재벌 2세인 그는 베트남에서 신나게 즐기고 있다. 속도를 낼 수 있다면 점점 더 빨리 그는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리 살다보면 곧 죽겠지 싶었다. 마약, 섹스, 그는 이미 현실속에서 살아 있는지 꿈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돈이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딱히 그를 보지 않아도 겉보기에는 상당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겉모습은 돈이 주는 물질덕분인지, 많은 것들을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인지, 거만함과 못된 얼굴로 치장되어 있다. 그가 그런 행동들이 호강에 겨워서 하는 행동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넘쳐나는 물질보다는 그에게 진짜 가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에겐 돈은 넘쳐났지만 정작 넘쳐나야 할 것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지 갈때까지 가보자 했지만 그의 행동 범위는 그 범주에서 더 벗어나 있지는 않았다. 아마 거기서 넘긴다면 잔혹한 방법으로 사람에게 몹쓸짓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최악으로 몰아 가고 있다. 저자와의 대화중에서전갈은 화가 나면 독침으로 자신을 찌른다고 한다. 그로 인해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화가난다고 자신을 찌르면 어쩌자는 건가 싶었는데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그것을 전갈처럼 극단적으로 풀어낸다면 지구의 반 이상의 인구는 소멸했을지 모르겠다. 마약에 빨려버린 그는 마약을 대주는 친구로부터 한국행 티켓을 받았다. 그는 의외였다. 마약상이면서 그가 안쓰러웠는지 비행기 티켓까지 주면서 그만 모든것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지금 몰골이면 곧 죽는다면서 걱정해주었다. 그는 그럴려고 했다. 곧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에서의 생활은 언제 그랬나는 듯 지워버리고 돌아오려고 했다. 이상하게 그는 그러지 못했다. 하루도 아닌 몇시간이 그를 거기에 붙잡아 두고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태어나는 순간을 선택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던 것 같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리고 살아있음이 지옥이였으므로 죽어서는 천국에 갈꺼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어쩌지 못했던 생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박아 버렸다. 죽어서는 안식을 얻길 바랬던 것처럼. 그가 진정 바라던 것을 찾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그는 그곳에서 진정한 지옥을 맛보게 될지, 그래도 그 곳에서 자신의 고통의 근원을 찾아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온 작가 이응준의 중편소설 그는 황금빛 탄환이 단 한 발 장전되어 있는 T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의 삶은 정확히 20초가 남아 있었다. 자기파괴적인 욕망으로부터 지속가능한 파멸에 이르기까지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은 국가의 사생활 ,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통해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이응준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베트남을 배경으로 잔인한 어둠에 갇힌 한 인간의 몰락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어두운 분위기로 그려지는 이 음울한 인생 약사(略史)는, 마약과 섹스에 찌든 주인공이 만들어진 우상에 빠져 자기파괴적인 욕망에 불가항력적으로 이끌리면서 삶이 붕괴되는 과정을 묘사한 파노라마이다. 재벌 아들로 타락한 삶을 살아가는 그를 비롯하여 광기를 물려받아 악령을 섬기는 T, 결혼을 앞둔 친구의 애인과 동침하는 그의 약혼녀 G, 마약과 매춘의 중개업자 스티브까지, 이응준이 내세우는 화자들은 모두 일탈적인 욕망에 휩쓸려 험난한 세상의 바다에 난파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치닫는 어둠의 세계는 ‘카(Ka)’라는 이름의 만들어진 우상으로 상징되는, 이 세계의 욕망인 동시에 폭력 그 자체이다. 작가는 이 욕망의 서사극에서 말초적인 삶만이 아니라 말초적인 죽음까지도 그려냄으로써, 이 세계의 부조리를 부조리 그 자체로서 폐부까지 드러내 보인다. 이는 작가가 던지는, 삶이 주는 공허와 공포에 대한 개인의 가장 발칙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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