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동인의 시집으로는 천리안 시창 <눈물도 안난다> 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 시집을 읽고서 가장 먼저 든 느낌이 진실한 시들이구나 싶었다. 한 사람의 시를 소개한 개인시집이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쓴 시들이 담긴 동인지라서 더 그랬을까?그리고 두 번째로 받아든네이버의 시와 창작 시집 <초록과 만나다> 표지에서 풍기는 연초록의 싱그러움과 오순도순 모여 앉은 꽃잎들의 모습을 오래토록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집 <초록과 만나다> 는 표제만큼이나 푸르다. 책장을 펼쳐놓고 한 숨 들이 마시면 여기 이 푸르름이 죄다 내 것이 될 것 같다. 꽃이 만개하기 전 새싹처럼, 잎사귀들이 조랑조랑 달리어 흔들리기 전 덜 자란 어린 잎사귀같이 푸르다. 동인지라 하여 (소위 말하는) 아마추어들이려니 했더니 어랍쇼? 모두 프로다. 익을대로 익어 지금 당장 탈곡을 해도 아쉬울 게 없을 그 네들이, 내 이름 박아 시집을 낼 수도 있는 그 네들이 무엇하러 동인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시를 낼까? 이들은 봄을 기억하는 여름이고, 여름을 기억하는 가을이다. 또 가을을 기억하는 겨울이 되겠지. 모든 것이 태동하는 그 봄의 연초록을 사계절 내내 간직할 작정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젊음을 기억하려 시 아래 모여앉은 사람들의 우정어린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 겠는가. 나는 그래서 동인지가 좋다. 그들의 싱싱한 초록빛 숨결이 좋다.
<초록을 만나다>는 시와 산문이 어우려져 읽는 맛이 좋았다. 53인의 시와 산문의 주인공은 우리다. 내 사는 이야기, 네 사는 이야기. 우리 사는 이야기. 내 사는 이 땅, 네 사는 이 땅. 우리 사는 이 땅. 이렇듯 사는 이야기, 발 아래 땅 이야기를 하는 그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시인이라는 허울이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는게 아니며 글쟁이라 불려지는 자만이 쓰는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닌 것을.
그렇다면 시는 무엇일까? 시는 날숨 이 아닐까. 하늘보고 땅보고 달보고 별보고 물보고 꽃보고 풀보고.... 그것들과 쉼없이 조근조근 이야기 나누다 급기야 내 안에 삼켰다가 뱉어내는 숨 말이다. 시는 내 들이 마신 숨을 네게 뱉어내고 내 뱉어낸 숨을 네가 들이 마시며 소통하는 호흡 이다. 그 내뱉은 숨 고스란히 받아 마신 나의 폐는 어느새 시인의 그것이 되어 있다. 그러니 시를 읽으면 이토록 시가 쓰고 싶은가 보다. 들숨과 날숨이 사이좋게 드나들어야 살아간다. 마냥 들이키거나 뱉어내기만 한대서 살 수가 없듯이 시를 마시고 나면 응당 시를 뱉고 싶어지는가 보다. 아이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동심이요. 인간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시심이 아닐까. 연초록의 싱그러움을 고이 간직한 채 오순도순 모여 앉은 꽃잎이여, 그대들 안에 꿈틀대는 시심을 절대 재우지 마소. 항상 깨워 두소서.
詩
물 한 모금 들이키고
펜을 들었디마는
글자마다 방울방울
물방울이 걸렸네
담배 한 까치 꼬나물고
펜을 들었디마는
글자 우에 히끄무레
안개가 누웠네
시와 창작 작가회에서 만든 4번째 동인지. 시 부분 6장과 산문 부분 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경덕, 이해리, 양영길, 조정 시인의 초대시를 비롯하여 40여 명의 동인들의 시와 10여 명 동인들의 산문글이 수록되어 있다.
머리말
동인지를 발간하여 - 회장 임윤식
초대시
마경덕 - 봄날은 간다
이해리 - 외사랑
양영길 - 돌탑
조정 - 돌탑
1장 그리울 때가 있다
강인오
고민채
고지연
권혁은
김기홍
김길섭
김림
2장 빛나는 생의 한 순간
김명균
김미선
김송연
김용식
남명숙
노준섭
3장 그대는 눈부시다
문병호
박동진
박인혜
방석구
복기완
우영규
4장 초록과 만나다
유용선
이진수
일송
임미영
임윤식
임정일
임재덕
5장 풍경은 바람에 흔들린다
장성희
정강윤
정연옥
정창현
조성주
진성복
최동훈
6장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최명조
최병철
최수길
최형인
한바다
홍연희
산문1 책갈피 속 기억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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